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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

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
  • 저자조현신
  • 출판사글항아리
  • 출판년2018-07-10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8-10)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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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로소주, 아리랑담배, 삼양라면, 해태캬라멜, 쏘나타, 애니콜 등등. 만들어져 사랑받고, 혹은 인기를 잃어 사라진 사물들을 좇아가면 사람들의 삶도 드러난다. 진로소주의 두꺼비는 왜 달팽이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을까? 영이와 철수는 왜 교과서에서 퇴장했을까? 쏘나타의 눈은 왜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는 걸까? 왜 어떤 것은 머무르고 어떤 것은 사라질까?



    디자인된 사물들은 선택받기 위해 시대의 욕망을 다양한 모양과 색채를 통해 가장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시대가 변하면 한때 사랑받았던 디자인이 찬밥 신세가 돼 물러나기도 하며, 못생겼다고 천대받던 디자인이 재조명되기도 한다. 디자인의 탄생과 변화, 죽음으로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한국인이 살아온 나날을 우리가 사물에 새겨온 무늬를 통해 보여준다.



    일상이 만드는 감각: “한국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이 책은 우리 일상 사물들이 근대 개화기 이후 130년 동안 빚어낸 디자인의 연대기다. 디자인 중에서도 액자나 유리 케이스 안에 들어갈 법한 뛰어난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인지 논하기보다는, 투박하고 다소 촌스럽더라도 우리가 좋아했고 그래서 우리 곁에 오래 머물렀던 디자인들을 다룬다. 그렇기에 우리가 타는 차, 우리가 먹는 라면의 포장지, 우리가 마시는 소주의 레이블, 우리가 읽는 책의 표지, 우리가 24시간 들고 다니는 핸드폰의 디자인이 그 대상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라면 포장지가 주황색이든, 소주 레이블이 두꺼비든 달팽이든 무슨 상관이야? 그런 건 그냥 가격 보고, 상표 보고 사는 거지.” 여기 등장하는 15개 사물 중에는 자동차나 핸드폰처럼 우리가 그 디자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물건들도 있지만, 라면, 소주, 약처럼 디자인이라는 단어와 얼핏 어울리지 않고, 디자인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색채, 형태, 조형 원리 등을 운운하며 이런 것들의 디자인을 들여다보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첫째 여기서 드러나는 한국인의 삶이다. 근대가 시작될 때의 어설픔, 경제 발전 시기의 자신감, IMF 이전 경제 활황 시기의 여유로움, 그리고 이후 현대로 오면서 강조되는 자유분방함, 이런 것들이 우리 주변 사물들에 그대로 무늬로 아로새겨져 있다. 두꺼비가 달팽이가 된 것은 환경문제를 중요시하는 녹색 시대가 한국에서도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라면 봉지에 빨강과 검정이 늘어나는 추세는 더 빠르고 각박해지는 시대를 표현한다. 과거의 문학 작품을 통해 과거를 읽듯이, 디자인을 통해서 그 시대의 미감과 함께 성정도 읽어내는 것이다. 또한 둘째로 이렇게 주변의 디자인을 둘러보는 것은 일상의 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상품’이라는 이유로, 싸고 흔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 일상 사물들의 ‘얼굴’은 무시되어왔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온 이 물건들의 얼굴은 곧 우리 일상의 얼굴이 된다. 그리고 이 일상의 미감이 바로 우리가 살면서 느낄 미감의 대부분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을 강조하며 우리가 이 일상의 감각을 성장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억눌러왔다고 비판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이야기한다.







    디자인이 보여주는 130년: 느슨한 아르누보의 근대에서 하이브리드의 탈현대로



    개화기가 어떤 때였는지 보여주는 디자인은 책 표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디자인이 수용될 때 이것은 그대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독특한 미감과 섞이고 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꽃과 식물의 넝쿨을 활용한 아르누보 양식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던 디자인이지만, 일본에서는 촘촘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재현된 반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후에는 느슨하고 다소 어설픈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런 성기고 무난한 느낌이 한국인이 선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행남자기의 ‘홍장미 세트’는 영국 로열앨버트 사의 ‘올드 컨트리 로즈’를 그대로 베낀 것이면서도 역시 정교한 느낌은 다소 바래고 대신 수굿하고 소박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외래 양식과 섞이면서도 새로운 한국적 미감을 만들어나간 이런 디자인들은 전통과 서구 문명이 만나 새로운 문화로 변해가던 당대를 보여준다.



    경제 발전 시기의 심성은 단연 해태제과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해태제과의 대표 상품인 ‘해태 캬라멜’은 전통 상징인 해태를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으로 민족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여기에는 기업의 성장이 곧 나라에 애국하는 길이라 여겨지던 시대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해태캬라멜’의 성공 이후 해태제과가 해태 동상 수십 개를 사찰이며 고속도로 등에 기증한 행동에서도 같은 함의를 읽어낼 수 있다. 또 한편에서는 한국 최초의 보급용 전화기 ‘체신 1호’가 그 딱딱하고 검은 몸통으로 성장과 효율이 전부이던 이 시기의 숨 막히는 분위기를 전한다.



    IMF 이전 경제 활황 시기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아반떼와 ‘중형차’의 대명사 쏘나타다. ‘1970년대는 마이카 시대’ ‘1980년대는 마이카시대’는 정치에서 눈을 돌리고 저항을 무마시키려는 정부의 의미심장한 슬로건이었다. 덕분에 중산층을 대변하게 된 이 ‘마이카’는 프라이드, 엘란트라 등으로 이어지다가 아반떼, 쏘나타에 이르러 정점을 찍는다. 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정면 모습에서 특히 램프는 차의 눈이 되는데, 1995년형 아반떼의 부드럽게 웃는 듯한 전면 램프는 IMF 이전 호황을 겪던 이들의 풍요로운 심정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 쏘나타는 사각 형태에 둥근 곡선을 가미한 전면 램프로 당시 사람들이 지향하던 중산층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후 외환위기와 경제 불황의 골을 지나서 지금 여기는 탈현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 시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성냥갑 같은 콘크리트 건축물을 비트는 새로운 탈현대 건축물들이지만, 이 책에서는 독특하게도 서울 근교에 위치한 카페들의 디자인을 짚는다. 이들은 흔히 ‘촌스럽다’고 이야기되는 모든 물건을 모아놓은 듯한 풍경을 보여주는 건축물들이다. 이곳에는 근현대의 물결에 밀려 도시에서 밀려난 것들, 물레방아, 장독대, 아궁이, 옹기, 철도의 굄목 등이 옹기종기 모여서 투박하고 혼종적이며 키치적인 미감을 자아낸다. 이는 앞서 짚었던 근대, 경제 발전 시기, 경제 활황 시기, 현대를 모두 가로질러 쫓겨난 것들의 쉼터다. 이는 고향을, 집을 잃은 지금 우리의 모습,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이곳저곳 방황하다 떠나가는 유목민 같은 우리와 일면 닮아 있다.







    모방과 선전을 넘어



    디자인은 실용 미술이라는 면에서 어떤 목적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 때문에 미감이며 윤리가 실종되는 일이 한국에서는 흔하게 벌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방이다. 앞서 말했던 ‘해태 캬라멜’은 일본의 모리나가 사의 캐러멜의 디자인을 모방 후 변형한 바 있으며, 박카스 또한 일본의 리포비탄 D와 디자인이 흡사하다. 이와 비슷한 역사를 전화기(미국 AT&T 사의 모델 302형을 모방한 체신 1호), 담배(일본 ‘피스’를 모방한 담배들), 라면(일본 치킨라면을 모방한 최초의 삼양라면) 등도 가지고 있다. 이런 디자인 모방의 역사는 1970년대까지도 이어졌으며, 사실 지금도 이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방의 역사 한편으로는 또 디자인이 정치의 목적으로 이용된 사례들이 있다. 이는 물론 정부 주도의 디자인에서 주로 보이는데, ‘반공 반첩’ ‘납세로 자립경제’ 등의 표어를 달고 등장했던 담뱃갑들이 그러하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문양을 입고 정부 수립 후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가는 등 정치적 도구가 되었던 화폐가 그러하다.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여 선전하는 데 힘쓰던 한국의 근현대 디자인에서 디자인의 윤리며 미감은 자주 실종되었고 과장된 형태 및 색채만 남곤 했다. 이는 앞선 모방 디자인, 정치화된 디자인과 함께 바라보기만 해도 눈이 아픈 한국의 간판 디자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제 디자인이 즐거움을 전달하려면 메시지를 얄팍한 색과 형태로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가치를 보여주느냐가 핵심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과거의 디자인 흐름을 다루면서도, 이처럼 이전의 잘못과 한계를 함께 지적해 앞으로 일상의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바 또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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