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이 끝났다.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했고, 누군가는 서서히 미쳐 갔고, 누군가는 밀항을 꿈꾸었고,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참상을 목격한 대학교 3학년생 박재철은 몇 날 며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회답 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날아온 한 통의 편지.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
그리고 그는 승려 법정이 되었다.
이 책은 1955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 스님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내온 50여 편의 편지로 엮었다. 홀어머니를 비롯한 피붙이들과의 인연을 끊어 버린 매정함을 스스로 질책하던 청년 박재철. 그가 위대한 자연과 진리에 의탁하며 승려 법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내면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그의 편지들은 구도의 길을 떠난 이가 마주한 고뇌와 깨달음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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