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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1918

1918
  • 저자다니엘 쉰플루크
  • 출판사열린책들
  • 출판년2019-08-05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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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영웅, 혁명가, 예술가, 암살자……

    제1차 세계 대전 종전을 무대로

    25명의 주인공들이 펼쳐 보이는 비극의 몽타주



    대학살과 혼돈 직후의 이야기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종전을 무대로 역사의 중심부 또는 주변부에 놓여 있던 25명의 삶을 좇는 독특한 역사서이다. 영화적인 장면 구성과 디테일한 사실 묘사 등 새로운 감각의 역사 서술로 출간 당시 독일 출판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세계 대전의 여파와 어지러운 시대상, 그리고 그 속에서 무너진 질서를 딛고 자신의 운명을 열어 나가려고 분투했던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저자 다니엘 쇤플루크(베를린 자유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는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이자 드라마 각본가로 이미 유럽 방송계에서는 유명 인사다. 쇤플루크는 이 시기 등장인물들이 쓴 회고록, 일기, 편지, 자서전 등 1차 사료를 토대로 100년 전에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 시대 분위기를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제1차 세계 대전은 제2차 세계 대전에 비해서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전쟁이지만,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와 그 식민지들까지 얽히고설킨 명실상부한 첫 번째 세계 대전이었다. 전쟁은 유럽뿐 아니라, 근동 지역, 아프리카, 동아시아, 대양으로까지 확대되었고, 1914년부터 4년간 전사한 군인만 1600만 명에 달했다. 유럽인뿐 아니라 터키군, 미군, 인도군, 캐나다군, 호주군, 일본군, 탄자니아와 나미비아 같은 아프리카군도 전쟁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 책은 그 대학살과 혼돈 직후의 이야기다.

    쇤플루크가 다루는 시기는 엄밀히 말하면 제1차 세계 대전기가 아니라 양차 세계 대전의 전간기(戰間期, 1918~1939년), 그중에서도 종전 협정 전후 4~5년이다. 저자가 보기에 이 기간은 옛 질서가 완벽히 무너지면서 인류의 운명이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활짝 열려 있던 시절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이 혼돈의 세월을 살아 냈던 인물들이다(이 책의 원제는 『혜성의 세월Kometenjahre』로, 여기서 혜성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의 표식이자, 커다란 사건, 근본적인 변화, 혹은 불행의 징조를 의미한다」). 쇤플루크는 군인, 혁명가, 정치인, 예술가 등 당대의 인물들을 차례차례 무대 위로 올려 열광과 좌절, 미래에 대한 설렘과 파괴를 넘나드는 독특한 시대를 선보인다.



    전 세계를 무대로, 시대를 대표하는 25인



    이 책은 베를린, 런던, 파리, 네덜란드, 뉴욕, 모스크바, 시리아, 인도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25명의 삶을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명한 인물만 책에 담은 것이 아니다. 역사가 논외로 뒀던 인물들, 그러나 그 시대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인물들이 상당수 역사의 무대 위에 오른다.

    먼저 종전 직후 패전국 독일의 혼돈의 시절을 보여 주는 인물들이 있다. 독일 제국의 빌헬름 2세와 황태자 빌헬름 폰 프로이센. 네덜란드에 유배되어 조롱받는 옛 제국의 주인들은 반세기를 호령해 온 독일 제국의 쓸쓸한 종말을 상징한다. 반면 독일 해군 기지 빌헬름스하펜의 수병 리하르트 슈툼프와 베를린의 다다이스트 게오르게 그로스는 패전국 독일의 민중의 시선을 대변한다. 그들의 눈을 통해 전의를 상실한 독일군과, 독일 내부의 정치사회적 분열을 엿볼 수 있다. 독일 제국이 붕괴되며 권력의 공백을 밀고 들어오는 광적인 사회주의와 극우주의 세력 간의 격한 충돌이 극적으로 그려진다.

    한편 당대의 분위기를 거시적이고 미시적으로 엿볼 수 있는 인물들도 있다. 종전 협정의 두 대리인인 연합국 총사령관 페르디낭 포슈와 독일 제국의 대표 마티아스 에르츠베르거가 전후 문제를 둘러싼 거시적인 국내외 정세를 보여 준다면, 조각가 케테 콜비츠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로부터는 좀 더 일상적인 차원에서 베를린과 런던 교외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전장에서 둘째 아들을 잃은 콜비츠는 그 시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녀는 죽은 아들의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그곳으로 모시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아주 마음 아픈 작업이었다.]

    전후 평화를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포병 장교 해리 S. 트루먼과 전쟁 영웅 앨빈 C. 요크는 끝나 가는 전쟁 뒤에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미국인의 모습을 보여 준다. 트루먼은 참전했던 전우와 함께 남성복 가게를 열 계획을 세웠다. [농장의 소를 판 돈에 대출을 좀 받아서, 제이콥슨과 함께 캔자스 시 시내에 남성복 매장을 열고자 했다. 사업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자들이 많으니 분명히 옷이 잘 팔릴 것이라는 것.] 양복점은 몇 달간 괜찮은 수익을 올렸지만, 대공황이 닥치자 트루먼은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10년 동안 빚을 갚는 신세가 됐다. 단신으로 독일군 132명을 포로로 잡은 전쟁 영웅이자 테네시의 촌사람 요크는 자신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건 신이 뜻이라고 믿었다. 그는 [커다란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고향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장소인지를 배웠다.] 궁리 끝에 고향땅에서 교육 사업을 시작했고, [새로운 학교를 건립하고 새로운 교사들을 고용하기 위해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한편 미국 대외 전쟁사에서 한 획을 그은 흑인 부대 일명 [할렘 헬 파이터]는 미국 내부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이후 미국 사회에 불거질 깊은 분열을 암시했다. 특히 흑인 전쟁 영웅 헨리 존슨은 귀국 후 환영 연단에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위선을 비난하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전쟁의 트라우마로 이혼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린 끝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또한 단식과 죽음을 통해 아일랜드 독립 투쟁의 상징이 된 테렌스 맥스위니, 파리의 접시닦이 노동자이자 사진 보정사 응우옌 탓 탄(훗날 베트남의 호치민), 아랍 혁명의 주역 토머스 E. 로렌스, 그리고 인도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이끈 간디는 점차 커져 가는 식민지 독립 요구와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혁명과 환상



    이 책에서는 특히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보여 주는 두 여성 인물이 눈에 띈다. 먼저 카자크 집안 출신의 마리나 율로바. 율로바는 러시아 내전(1917~1922년 볼셰비키 혁명군과 황제파 간의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진맥진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열일곱 살의 그녀는 차르 군대에 속한 아버지 편에서 싸우기 위해 남장을 한 채 전투에 임했지만, 곧바로 포탄 공격을 받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수감된다. 부상을 입은 채로 모스크바에서 카잔 등지를 전전하다가 체코군을 만나 극적으로 해방을 맞고, 우여곡절 끝에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다. 조국을 등진 그녀는 일본에 도착해서야 진짜 인생을 찾는다. 댄스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무용수로서 성공했다. 율로바의 삶은 분열된 조국에서 이편 아니면 저편을 강요받던 민중의 삶을 대변한다.

    저널리스트 루이즈 바이스는 당대 파리의 진보적인 지식인이 꿈꾸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 준다. 25세에 정치 주간지 『뢰럽누벨L’Europe nouvelle』(새 유럽)을 만들어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합스부르크 제국에 속했던 민족들의 독립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품은 그녀였지만, 전후 세계 질서를 가름할 베르사유 조약 과정을 목격한 바이스에게 [평화조약 체결은 화해로 나아가는 걸음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 전쟁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새로운 질서는 대체 얼마나 새로운 것일까? 식민지 다툼과 패권주의가 판치는 옛 정치의 연장에 불과한 게 아닐까?] 독립 국가로 출범한 체코를 취재하기 위해 기대를 품고 도착한 프라하에서 그녀가 목격한 것은 새로운 희망이 아니었다. 무능과 관료주의, 빈곤이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혁명 정부를 구성한 러시아에서 그녀는 [지금까지 간직했던 혁명, 새 유럽, 자유롭고 평화로운 신세계에 대한 꿈]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그녀는 실연당연 여자처럼 펑펑 울었다. [끔찍한 가난과 싸우는 사람들을 보았다. 잊을 수 없다. 용기 있고 위대했던, 내가 사랑했던 놀라운 민족. 그들이 가졌던 신조. 그들의 이상은 치유할 수 없는 향수를 자아냈다.]



    끝나 가는 전쟁과 아직 오지 않은 전쟁



    이 책은 제1차 세계 대전 직후를 다루지만, 20년 뒤 휘몰아칠 두 번째 세계 대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1919년 6월 베르사유 평화 협정은 [식민지 국가들의 민족자결과 독립에 대한 꿈도,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 질서 탄생에 대한 믿음도, 좀 더 가벼운 처분을 받기를 원하는 패전국들의 은밀한 희망]도 모두 저버렸다. 또한 독일 내부의 극우주의, 반공주의, 노골화되는 반유대주의는 새로운 폭력을 예고하고 있었다. 특히 이 책에는 슈툼프, 콜비츠, 루돌프 회스 등을 통해 종전 직후 위세를 떨친 독일의 극우주의 물결이 언급된다. 대표적인 조직이 자유군단(종전 직후 퇴역 군인들로 이뤄진 독일 의용군)이다. 자유군단은 독일의 사회주의 세력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한편, 카프 반란(1920년 바이마르 공화국을 전복시키려 한 우익 쿠데타)을 일으키고, 국경 근처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 그 과도한 만행 때문에 해체되어 지하조직으로 남았다가, 훗날 나치 세력에 합류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유력 정치인 마티아스 에르츠베르거의 암살자들은 바로 자유군단원이었다. 루돌프 회스 역시 로스바흐 자유군단 소속이었다. 그는 1919년 발트해 연안국의 민간인 학살에 가담했고, 20여 년 뒤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몸담으며 승승장구했다. 그가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의 수용소장으로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유대인 대량 학살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당대에 반유대주의는 이미 유럽 사회에 만연해 있었다. 1921년 6월, 저명한 음악가이자 유대인인 아널드 쇤베르크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마트제로 여름 휴양을 갔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쇤베르크 가족이 당장 떠나도록 위협적인 벽보를 내건다. [우리의 아름다운 마을 마트제는 유대인으로 인한 불미스런 결과들, 즉 임차인과 임대인에게 미치는 각종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리아계 독일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유대주의의는 유대인을 [사탄에 사로잡힌 민족]이라고 언급한 추상 예술의 거장 바실리 칸딘스키와 아널드 쇤베르크의 설전에서도 드러난다. [반유대주의가 폭력적인 행위 말고 어디로 이어질 것 같소? 당신은 유대인의 권리를 박탈하면 속이 시원하겠지. 그렇다면 아인슈타인도, 말러도, 나도, 그 외 다른 많은 사람들도 싹을 잘라 버려야 할 거요.]



    『1918』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종전기를 고증하거나 분석하는 역사책은 아니다. 그 시기를 다음 전쟁을 막지 못한 [실패의 역사]로 규정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동시대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작은 시도, 역사에 동참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이끄는 결실로 다가온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는 데 있다. 쇤플루크는 이 책의 인물들이 꿈꿨던 [긍정적인 비전]이 단기적으로는 실패와 좌절로 종결된 것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마티아스 에르츠베르거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존립을 위해 애썼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유산은 오늘날 독일 연방 공화국에까지 중요하게 남았다. 미국의 할렘 헬 파이터들이 세계 대전에 참전한 뒤 그토록 바랐던 인종차별 철폐는 20세기 중반에 드디어 결정적인 진보를 이뤘다. 1919년 아직 요원해 보였던 이란, 인도, 베트남 같은 나라의 자유와 해방에의 꿈도 드디어 이루어졌다. 저자는 말한다. [현재의 많은 새로운 시작 역시 추락으로 끝날지도 모르며, 세계적으로 위험하고 파괴적인 힘들 ? 독재정권, 포퓰리즘 운동, 테러리즘, 새로운 전쟁들, 고삐 풀린 자본주의 ? 이 우세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1918년의 특히나 밝은 순간들이 이것을 가르쳐 주는바, 이 모든 것은 확정된 것도 아니고,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늘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필로그에 기록된 루이즈 바이스의 말년은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25살, 새로운 유럽을 열망하던 환상이 깨지고 케이크 가게에서 울음을 쏟아냈던 그녀는 60여 년 뒤인 [1979년 프랑스의 드골파 의원으로 당선되어 유럽의회에 입성했다. 이때 루이즈 바이스는 이미 86세였고, 1983년 사망할 때까지 유럽의회 최고령 의장으로 남았다. 슈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본부 건물은 1999년 이래로 루이즈 바이스 빌딩이라 불리고 있다.] 이 책이 결코 비극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이다.





    추천사



    아름답게 기록한 강렬하고 변화무상한 이야기들.

    - 디 차이트



    대학살과 혼돈에서 막 빠져나온 낙관주의와 희망의 짧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 파이낸셜 타임스



    섬세하고, 디테일하며, 탄탄한 문체로 독특한 시대를 열어 보인다.

    - 필립 블롬 (역사가 ,『수집』의 저자)



    만화경 같은 작품. 수시로 클로즈업되는 의 이야기가 큰 그림과 이어져 있다.

    - 더 타임스





    책 속으로



    그날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옛 유럽은 붕괴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즈음 혁명이 일어나 대제국들이 붕괴했고, 세계 질서가 흔들렸다. 동시에 이런 변혁의 순간에 미래의 비전이 유성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즈음 역사는 드물게 열려 있고, 인간의 손에 달린 듯 보였다. - 16~17면



    에르츠베르거는 충격 속에서 쇼니 지역에 대해 이렇게 보고한다. 〈집 한 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을 전체가 폐허로 변해 있었다. 달빛 속에서 허물어진 건물의 잔해가 유령처럼 불쑥불쑥 떠올랐다. 살아있는 생명은 보이지 않았다.〉 - 22면



    한 독일군 장교가 다섯 병사들을 데리고 참호로부터 튀어나왔다. 총검을 빼 들고 요크에게로 돌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요크는 그가 있는 곳까지 몇 미터 안 되는 거리를 돌격하는 이 여섯 명의 독일군을 자신의 권총으로 하나하나 차례로 쓰러뜨렸다. 맨 뒷사람부터 쓰러뜨렸다. - 30면



    마리나는 1917년 10월 혁명으로 새 시대가 시작되는 걸 목격했다. 환자 수송차에 실려 가던 중 봉기군들이 백발을 한 옛 러시아군의 장군을 학살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제복 입은 사람들이 차례대로 백발 남자의 몸에 힘껏 총검을 찔러 넣었다. 상대는 처음 찔렸을 때 이미 고꾸라졌는데도. - 42면



    흑인 군인들은 무지개 연대라는 이름의 뉴욕주 방위군의 퍼레이드에도 참가할 수 없었다. 무지개에 검은색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행사 주재자들의 설명이었다. - 59면



    처음에는 반란군에게도 나름의 규율이 있었다. 하지만 폭동이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점점 더 달아올랐다.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불고, 여자들에게 야유를 보냈으며, 곧 붉은 깃발들이 내걸렸다. 슈툼프는 〈이런 걸레들〉 뒤에서 행진하는 것이 결코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 95면



    눈길 닿는 곳마다 혁명이 있었다. 러시아로부터 시작된 혁명의 물결이 전 지구로 퍼져 나가는 듯했다. 유럽과 오스만 제국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에도 충격파가 미쳤다. 옛 세계의 잔해로부터 새 세계가 탄생하고 있었다. - 119면



    정숙한 여성의 외양을 중시했던 옛날의 빈과는 달리, 전쟁도 끝난 마당에 이런 태도는 더 이상 예전 같은 사회적 경멸을 유발하지 못했다. 알마 말러그로피우스는 이렇게 적었다.〈결혼은 국가가 비준하는 전횡으로서 내가 보기엔 정말 의심스러운 제도다. 나는 이런 전횡을 피하고 자유연애를 선택하련다.〉 이것은 작은 성 혁명이었다. - 121~122면



    그 아프리카인은 명령을 거부할 수 없음을 알고 부두 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다. 처음에는 겨우겨우 헤엄쳐서 물에 떠 있었으나 항구를 떠나자마자 그는 강력한 파도에 휩쓸려 의식을 잃고 익사해 버렸다.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심지어 네 번째 아프리카인이 그렇게 바닷물로 뛰어들었지만, 아무도 배에 닿지 못했고 모두 익사했다. - 124~125면



    군대가 패배하고, 황제가 소리도 없이 퇴위하고, 제국은 막을 내려 버렸다. 이제 그 자리는 진공 상태로 남았다. 국가와 사회를 결집시켰던 질서가 약해지거나 붕괴한 것은 독일만이 아니었다. 혁명은 이런 새로운 진공 상태를 활용했고,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하거나 발코니에서 새로운 정권을 선포하는 것이 가능했다. - 140면



    로스바흐의 자유군단에 몸담게 되면서 회스의 모든 문제는 풀린 듯했다. 직업도 얻고, 급료도 받고, 다시금 아버지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를 만났으며, 거의 종교처럼 굳건한 정치적 믿음도 생겼다. 〈동지애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다름 아닌 고향이었다.〉 - 168면



    〈정말 와일드한 세월이었다.〉 게오르게 그로스는 전쟁 뒤의 베를린을 그렇게 회고했다. 전후 베를린에서는 모든 고삐가 다 풀린 듯했다. 〈모든 죄악에 찬 즐거움, 포르노그래피, 매춘의 물결이 전 도시를 휩쓸었다. 두가 《아무 신경 안 써》, 《난 드디어 재미를 볼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그 시대는 〈피로하고, 재미가 없었다〉. - 178면



    코코슈카는 인형 장인에게 실물 크기의 알마 인형을 주문했다. 결과물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지만, 천으로 된 알마 인형은 한동안 그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코코슈카는 인형에 속옷과 값비싼 옷을 입히고는 여러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얼마 뒤, 인형이 진짜 알마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절망이 그에게 너무나 강하게 밀려왔다. 코코슈카는 이런 열정에서 자유로워지고자 술을 마셨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알마 인형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 187~188면



    「네가 내게 당신은 자유라고 말해 주면 좋겠어. 난 네게 많은 빚을 졌어. 아주 많이! 하지만 나는 결코 네 남편과 주인이 될 수는 없어.」 루이즈는 고통으로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밀란의 차가운 말이 아픈 주먹처럼 그녀를 가격했다. 「그리고 넌 내가 약혼녀에게 선물하려고 하는 이 진주처럼 순결하지는 않아.」 - 201면



    그녀는(콜비츠는) 죽은 아들의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그곳으로 모시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아주 마음 아픈 작업이었다.〉 붉은 수납장 속에는 페터의 그림들과 스케치북들이 들어 있었다. 깨어 있고 살아 있던 흔적들. 재능의 증거들. 〈그의 방은 거룩했다.〉 이제 세속적인 방이 될 것이다. -240면



    그의 쇠잔한 몸은 더 이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몇 분 뒤 얕은 숨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맥스위니가 남긴 마지막 공식적 발언은 이것이었다. 〈당신들은 내가 공화국의 군인으로 죽었음을 증언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이 아일랜드를 보호해 주시기를!〉 - 269면



    파리에서 상상할 때는 신생 자유 국가 출범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었건만, 막상 실상을 접하고 보니 그것은 익살극, 아니 비극에 가까웠다. 탄생한 것은 영광스러운 새 국가가 아니고, 위기에 휘둘리는 유약한 조직이었다. -274면



    벽보 내용은 주민총회에서 유대인 휴양객들에 대해 결의된 사항을 담고 있었다. 〈본 지방자치회는 마트제의 전 주민이 이 결의를 (……) 자발적으로 따를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마을 마트제는 유대인으로 인한 불미스런 결과들, 즉 임차인과 임대인에게 미치는 각종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리아계 독일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277면



    트루먼은 이제 1만 2,000달러의 빚을 진 전쟁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파산 신청을 하지 않고, 대신에 매달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했다. 그렇게 빚을 다 갚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가족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자가용을 타고 여행하는 개인적인 꿈은 일단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282면



    그로스는 레닌 주변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그 언론인에 따르면, 레닌은 최근에 몸이 약해지고 건망증이 심해져서, 레닌이 연설을 할 때 맥락을 잃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핵심어를 속삭여 준다고 했다. 게오르게 그로스는 〈나의 소련 여행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라고 러시아 경험을 요약했다. - 291면



    현재의 많은 새로운 시작 역시 추락으로 끝날지도 모르며, 세계적으로 위험하고 파괴적인 힘들 - 독재정권, 포퓰리즘 운동, 테러리즘, 새로운 전쟁들, 고삐 풀린 자본주의 - 이 우세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1918년의 특히나 밝은 순간들이 이것을 가르쳐 주는바, 이 모든 것은 확정된 것도 아니고,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역사와 삶 가운데 있고, 늘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3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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