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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퓰리처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소설가 이디스 워튼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의 상류층 사회의 위선과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한 작품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1862년 미국 뉴욕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이디스 워튼은, 유럽 각지를 돌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학교 대신 가정교사한테 교육을 받았으며,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각종 문학, 철학, 종교 서적을 탐톡하며 문학적 재능을 키웠다. 워튼은 18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해서, 20세기 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미국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는데, 1921년에는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워튼의 작품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 사회의 도덕적 갈등, 여성의 위치, 계급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다루었으며, 정교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1917년에 출간한 《여름》은 1차 세계 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7년, 피난민을 돌보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던 이디스 워튼이 단 몇 주의 휴식기 동안 집필한 작품으로, 당시 워튼은 전쟁의 비극 한가운데에서도 창작의 열정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여름》은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열망과 희망을 담아내는 걸작으로 탄생했다. 《여름》은 워튼 스스로가 “창작의 희열이 정점에 이르러” 집필했다 할 정도로 애정을 가진 작품으로, 이후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한여름의 열기처럼 타오른 사랑, 그리고 그 끝에 마주한 차가운 진실
미국 문학사에서 젊은 여성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여름》은,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 ‘노스도머’를 배경으로 주인공 채러티 로열이 전통과 관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는 솔직한 모습을 아름답고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 내고 있다.
열여덟 살의 주인공 채러티 로열은 마을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그 산’ 출신으로, 어렸을 적 지금의 후견인인 로열 변호사에게 구출되어 그의 손에서 자랐다. 하지만 넓은 세상을 동경하며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노스도머에서의 삶은 따분함 그 자체이다. 더구나 아버지뻘인 로열 변호사가 그녀에게 청혼을 하자,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 그 집에서 벗어나고자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대도시에서 온 건축가 루시우스 하니가 등장하면서 그녀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다. 두 사람은 사소한 오해로 갈등을 겪은 다음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간절하게 서로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로열 변호사의 끊임없는 구애와 간섭, 하니와의 신분과 교육의 격차는 채러티를 불안하게 하고, 이런 중에도 두 사람은 어쩔 없는 끌림으로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깊어가지만, 하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둘의 관계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게 된다.
미국 문단에서 여성의 성장을 다룬 최초의 본격 문학
《여름》은 사랑과 자유를 꿈꾸던 한 젊은 여성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여성의 운명과 사회적 조건의 억압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워튼이 기존의 작품에서 다루었던 상류층 사회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보다 어두운 사회적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채러티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여성들이 처한 제약과 계급 간의 차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구조의 충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채러티는 단순히 사랑을 동경하는 순진한 소녀가 아니라, 욕망을 가진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의 열망은 사회적 현실과 충돌하며, 이는 그녀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워튼은 이러한 갈등을 통해, 여성의 욕망이 억압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좌절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당시 문학에서 금기시되던 여성의 성적 열망을 솔직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