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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의 길고 아픈 밤

나의 길고 아픈 밤
  • 저자뤼방 오지앙
  • 출판사위즈덤하우스
  • 출판년2018-12-21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1-02)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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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을 직시하는 용기, 철학자의 투병 일기



    흔히 병은 극복해야 할 도전 또는 일단 넘어서면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는 경험이라고들 한다. 저자는 직접 암을 겪으면서 이러한 ‘고통효용론’과 ‘회복탄력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고통에서 발견할 미덕은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질병 그리고 아픈 몸과 함께 살다가 종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현대인의 마지막 과정을 냉철하고 관조적으로 성찰하여 병과 죽음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 준다. 질병과 싸우는 환자의 일상과 사회적 위상을 예리하고 유머러스하게 서술하여 형이상학적 장식이 제거된 병과 죽음의 철학을 제시한다.



    · 철학자, 아프고 나서야 병과 죽음을 생각하다

    신간 『나의 길고 아픈 밤―죽음을 미루며 아픈 몸을 생각하다』(원제는 ‘천일야화, 비극이자 희극인 질병’)는 프랑스의 철학자 뤼방 오지앙이 췌장암과 투병하면서 쓴 철학 에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되고 몇 개월 후에 세상을 떠나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에세이로 남았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병과 싸워 이긴 이의 투병 기록이 아닌 것이다. 그는 이 싸움에서 ‘패배’할 것을 예감한 것과 무관하게, 병을 둘러싼 기존의 불필요한 형이상학적 의미들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현대 사회에서 환자가 처한 사회적 위상을 성찰한다. 이러한 저자의 시도는 역설적으로 그가 지난한 투병 생활을 견딜 수 있는 일종의 ‘생존술’로 기능한다.



    저자의 관조적이고 냉철한 관점 덕분에 환자가 보통 드러내기 마련인 자기 연민이나 현실 부정, 과도한 감상은 이 책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자신의 병명을 진단받은 이후 곧바로 병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또한 환자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현대 의료 메커니즘에서 적응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병에 대해 신화화된 관념들을 제거하여 고통을 미화하고 낭만화하는 관점을 버리고 의료 관련자와 간병인, 자신의 주변인 사이의 존재인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최대한 유예하는 것이다. 이 용감한 철학자의 태도를 모두가 받아들이기란 매우 어렵겠지만, 병과 그로 인한 아픈 몸과 함께 살다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대체로 겪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이 책은 병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줄 것이다.



    · 고통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저자는 병이 주는 고통을 둘러싼 전통적인 관념들의 핵심을 ‘고통효용론’과 ‘회복탄력성’으로 요약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고통효용론은 신체 또는 정신의 병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개념으로, 질병이 인간을 더 풍요롭게 하는 일종의 도전이며 이러한 시련은 건강한 이는 결코 알지 못할 인식, 도덕, 실용 차원의 특혜를 준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 개념은 절대자를 전제하는 무책임한 궤변(‘창조주가 우리를 위해 마련한 시련이다’)일 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가혹 행위(진통제 처방을 최소화하는 등)를 긍정하게 될 우려가 있으며, 환자 본인의 도덕성이나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고통을 아는 자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에도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긍정심리학을 구성하는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인 회복탄력성 역시 고통과 불행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환자로 하여금 죄의식에 시달리게 만들고, 더 나아가 절망적인 싸움을 해 나가는 환자에 대한 사회적 가혹 행위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저자는 질병을 마주하면서 필연적으로 처하는 형이상학적 의문들(병이란 무엇인가, 왜 하필 지금 나인가, 아픈 나는 그 전의 나와 어떻게 다른가 등)에 대해 이러한 관념들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임상의학에서 통설로 받아들이는 애도의 5단계 이론(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 역시 실제로 환자가 느끼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의 역학을 간과함으로써 환자의 ‘정상성’을 규격화하는 기준(저자의 표현으로는 ‘의료 부권주의’)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불필요한 관념들을 소거해 나가면, 통념들과 달리 고통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병에는 어떠한 정당화나 찬사도 필요하지 않다. 즉 저자가 니체의 말을 패러디해 말했듯,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 죽어 가는 이의 생존술, 아픈 몸과 함께 살며 죽음을 유예하다

    저자는 현대 의료 체계에서 환자가 처한 위상에 주목한다. 현대 사회에서 환자는 ‘사회적 폐기물’이나 다름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 완치 가능성이 희박한 질환을 안고 있는 환자가 국가의 재정과 의료진의 수고가 투여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자의 이미지를 연출해야 하는데, 사회적 정상성의 범위 안에서 살아왔으며 의료진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여 다시 사회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병 환자가 의료진과 주위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연출에 쏟아붓는 노력에서 저자는 『천일야화』의 모티프를 떠올린다. 죽음을 끝없이 미루기 위해 매일 밤 이야기를 지어내고 결말을 다음 날로 미루는 셰에라자드처럼 소비자이자 전문가, 그와 동시에 부적응자, ‘사회적 폐기물’인 환자라는 존재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죽음을 끝없이 미루어야 하는 것이다. 냉철한 지성과 비판 정신, 유머러스함으로써 병과 죽음이라는 어둠과 맞서 싸운 이 철학자는 비록 패배했지만, 우리는 그의 투병 기록인 이 책에서 병과 고통, 삶과 인간 조건을 마지막까지 성찰한 용기 있는 한 인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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